목회칼럼
| 제목 | 2020년 7월 19일 <목회서신> 수도원 & 경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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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관리자 (HCC21) (220.94.154.111) |
| 날짜 | 2020-07-19 |
수도원 & 경비원
지난 주 있었던 특별한 체험 이야기 두 꼭지를 적어봅니다. 첫째는 수도원 이야기입니다. 양평에 ‘모새골’이라는 공동체가 있습니다. 18년 전에 영락교회 담임으로 있었던 임영수 목사님이 세운 개신교 수도원입니다. 지금은 ‘모새골 공동체 교회’가 정식 명칭입니다. 제가 졸업한 서강대학교 출신 목회자들의 모임인 ‘서목회’ 미팅을 그곳에서 가졌습니다. 현재 그곳 원장이 서강대 출신인 유해룡 목사이기에 가능했습니다. 유목사님은 장신대 신대원 기독교 영성 교수였는데 은퇴하면서 3년 전부터 원장과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교제를 한 후 유목사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 주제는 ‘하나님의 나라’였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천지 창조 이후 계속 세워지면서 최후의 심판 때에 완성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간이 하나님께 불순종하여 타락했지만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폐기처분하지 않으시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새롭게 하사 하나님의 창조를 완성해 나가십니다. 예수 믿고 단지 구원받는다는 ‘이신칭의’ 이상의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가는 것이 우리 기독교 교회의 본질이요 사명입니다.
유목사님은 모새골 교회의 특징을 소개했습니다. 그 교회는 성도 3백 명 정도인데 집사와 권사는 없고 7명의 장로만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장로도 없었는데 통합측 교단에 소속되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장로를 세우고 나머지 성도들은 다 형제요 자매로 공동체 가족이라고 합니다. 그곳 장로는 성도들이 투표로 뽑는데 본인들은 한사코 장로 되기를 사양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장로들이 교회 모든 곳을 위해 매주 하루 이틀 나와서 봉사를 해야 하는데 그 봉사가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 교회는 교역자만 사례비를 받고 교회와 수도원 모든 관리를 성도들이 무보수로 합니다. 그래서 인건비가 적게 든다고 합니다. 청소, 조경, 잔디 깎기, 목공, 식사준비, 수도원 프로그램 섬김, 관리 등 7천 평이 넘는 땅과 시설을 성도들이 사인업을 하고 모두 함께 감당한다고 합니다. 특히 장로들은 최소 이틀간 나와서 땀 흘리고 일해야 합니다. 그날 인사하신 장로 한 분은 탄탄한 기업체 회장인데 작업복을 입고 그 넓은 잔디를 깎고 있었습니다. 담임목사도 야외 화장실 청소 담당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한 주에 하루는 화장실 청소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현재 우리 교회는 청소를 외주로 주고 있는데 한 달 청소비가 68만원입니다. 큰 돈은 아니지만 담임목사와 목자 목녀가 함께 봉사하면 그 돈을 아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청소할 사람을 모집해 봅니다. 돈 때문이 아니라 교회의 공동체성을 세우기 위함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제가 사는 동아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 이야기입니다. 네 명의 경비 중에 유독 한 분이 매우 성실하십니다. 그래서 우리가 자주 인사하고 음식이나 나눌 것이 있으면 경비실에 가져다 드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 (김선생님) 이 우리가 목사 부부인 것을 알고 사모에게 고맙다면서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몇 번이나 사양했더니 자기는 돈을 많이 벌고 있다면서 꼭 한번만 식사를 하자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지난 화요일 저녁식사에 초대되었습니다. 아파트 근처의 하인이라는 중국 식당에서 1인당 3만 9천 원짜리 코스 요리를 먹었습니다 (제일 저렴한 것을 먹으려다가 싸움 날 뻔 했답니다).
알고 보니 72세 된 이분은 정말 대단한 (?) 사람이었습니다. 복지부에서 40년 이상 근무한 후 부이사관으로 퇴직했는데 그 이후 10년이 넘도록 안 해 본 것이 없이 열정적으로 일을 해왔습니다. 자기 분야의 전공으로 석, 박사 학위를 받았고 요양사, 운전사, 관리이사, 청소부, 그리고 경비원까지 자기 하고 싶은 일을 즐겁고 신나게 하고 계셨습니다. 연금 등에 경비원 월급까지 월 6백만 원 이상 수입이 있는 분입니다. 그런데도 새벽 3시대에 일어나서 근면 성실로 열심히 일하면서 책을 쓰고 있습니다. 자녀도 잘 키워서 딸은 복지사로, 아들은 미국에서 장학생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경상대학 화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하루 종일 봉사하느라 그날 같이 우리들과 식사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자녀들은 교회를 나가고 있다고 하는데 그들 부부는 종교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목사 부부에 대한 예의는 매우 깍듯했습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시느냐 하니 자기가 받는 월급 이상으로 일하는 것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합니다. 저희 부부는 그분과 식사하면서 들은 인생 이야기로 감동과 도전을 받았습니다. 예수님 믿지 않지만 감사와 성실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그리고 그런 사람들 때문에 이 세상이 살만한 곳이 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 것입니다. 그런 관계성 때문에 그분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톡방을 열고 지난 주일 설교 ‘유일한 다리’ 영상을 보내주었습니다. 설교에 감동을 받았다는 답글이 왔습니다. 그분의 영혼을 구원하도록 기도하고 섬기기로 작정했습니다. 다음에는 우리가 식사 대접을 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도 희망이 있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과 교회 안에서나 밖에서나 멋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은 참으로 아름다우십니다!
